남편 임밍아웃
작년 10월의 마지막 날, 퇴근하고 무심코했었던 임테기에 진하디 진한 두 줄이 떴었죠. 심장이 두근거리고 이게 진짜인가 믿기지 않아 임테기를 하나 더 사오기까지 했었는데요. 그래도 진한 두 줄이 나왔어요. 연하면 병원에가서 피검사도 해보는 게 좋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진해서 이건 임신이다! 라고 확진을 지었죠.
하필 이날 남편의 회식날이어서 남편 임밍아웃 이벤트를 해놓고 하염없이 기다렸어요. 12시는 넘기지 않겠지라며 기다리다보니 11시쯤 집에왔고, 멍하니 현관앞에 서있던 남.. 편... 처음에 남편 임밍아웃을 발견했을 때에는 임신테스트기가 아니라 코로나 키트인 줄 알았다고 하네요. 제가 코로나에 걸려서 다음날 출근안하는 걸 이렇게 자랑하는 이벤트로 해놓은 줄 알았다고 해요. 남자들이란 쩜쩜쩜...
제대로 남편 임밍아웃을 알려주니 진짜냐며 울기 시작하는 남.. 편... 지금 임신 24주차까지 아기에 대한 큰 애착이나 눈물이나 이런 건 없지만 저날은 아빠인 본인도 가장 감동을 받은 날이 아닌가 싶어요. 남자들은 아기가 태어나야지만 점점 더 부성애가 생긴다고 하죠. 아쉬워요.
술기운 탓인지 정말 감동의 도가니탕이라 그런지 남편 임밍아웃 이후 엉엉 울다가 자더라고요. 그날의 감동이 좀 이어지면 좋겠는데 지금은 영 그런 게 없습니다? 저희집만 그런 거 아니죠? 하하하! 아무튼 남편 임밍아웃으로 뱃속의 아기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 것 같아요. 22주가 될 때까지 일도 했었고 중간중간 배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하면 불안 속에 지냈는데 이젠 태동을 느끼기까지 한답니다. 이날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마무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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